미국 대통령이나 글로벌 기업 CEO들은 휴가를 꽤 오랫동안 다녀옵니다.
이를 두고 우리는, 그들 나라의 여유를 부러워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 달씩 휴가를 떠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아마도 ‘하필 이런 때에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느냐?’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크건 작건 나라 안에 일이 없을 때가 없기 때문이지요.
또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 ‘황제 경영’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한다며 위엄과 카리스마를 요구하고,
작은 것까지 CEO의 판단과 결정을 기대합니다.
이런 이중성은 어디서 비롯됐을까요?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DNA 속에
인치(人治-->사람을 다스린다는 뜻)를 강조하는 유교 사상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망 높고 능력 있는 인물에게 맡기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덕치사상’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는 이러한 ‘인치’를 거부합니다.
우선, 누군가 나보다 잘 난 것을 인정하고, 그의 지배를 받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리고 ‘사람’에 의존하는 조직이나 사회 보다는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조직이나 사회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인치’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그 동안 제너시스템즈를 경영하면서
아마도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시스템’아닌가 싶습니다.
아래글은 사내 소통지 블로그에 쓴 제너 2.0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라는 글입니다.
사내소통지 예전 글입니다.
2008년, 애플의 연간 개발자 컨퍼런스에 온 스티브잡스의 수척한 모습을 보고 관련업계 종사자나 투자자들은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애플을 상징한다고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CEO의 수척한 모습이 몇 년 전의 췌장암 수술과 연관되면서 후계자가 명확하지 않은 애플의 미래를 고려해 보아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이만저만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퇴진 이후,여러가지 위기를 맞기도 했었습니다.
애플이나 삼성의 예를 보면서, 우리는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회사들마저 한 사람이 회사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 하거나, 한 사람에 의해 회사의 흥망성쇠가 좌지우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스티브잡스가 애플이 될 수 없고 이건희회장 또한 삼성이 아닙니다. 그들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애플과 삼성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회사라는 것은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생명과 인격을 가진 독립적인 법인체입니다. 비중이 큰 특정 구성원의 활동으로 인해 성장하기도 하고 몰락하기도 하지만 회사란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구성원들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고유한 생명력을 가지고 영속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제너시스템즈 역시 회사이므로, 구성원인 우리의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졌으며 계속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제너시스템즈라는 회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길 원하며,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제너 2.0”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너 2.0”에는 ‘내 자녀를 입사시키고 싶은 회사를 만들자’는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 소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를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 잘 되기를 바라는데, 그 기대는 통상 조직을 이끄는 ‘리더’나 ‘리더 집단’에 쏠려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조직에서 사람이란 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지만, 사람은 유한한 시간을 가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은 계속 바뀌게 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동일한 사람이 조직을 영원히 이끌어 갈 수 없습니다. 조직의 일부인 회사 역시 그러하므로, 이끄는 사람들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놓아야만 합니다. 같은 일을 누가 수행하는가에 따라서 결과가 서로 다를 수는 있으나 그 방향성과의 차이가 커서는 안될 것입니다. 더구나 애플과 삼성처럼 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정인에게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 시스템들을 바탕으로 향후 제너시스템즈에서 일하는 식구들(미래에 다니게 하고 싶은 우리의 자녀들을 비롯)이 가치를 계속 키워 나갈 수 있을 때 회사의 영속성에 한발 더 다가서고 우리의 희망을 현실화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이 말을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을 마치 기계 부속품처럼 시스템에 종속되게 하여 일을 하도록 한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하나의 예를 들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가 자주 시행하고 있는 교육은,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만 교육을 시키게 되는 형태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는 일시적이기에, 지속적으로 진행되거나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진행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시기에 따라 교육을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과의 편차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살펴 보면, 인재에 대한 투자는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이 역량 개발 시스템이 한 명의 책임자에게 의존하는 구조라고 생각해 보도록 하죠(애플과 삼성처럼). 그렇다면 그 책임자가 바뀌었을 때, 시스템의 기반이 허술한 것이었다면 새 책임자는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시스템을 부수고 새로 다시 시작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역량 개발 시스템은 지속적이며 상시적이어야 하는데 이런 식의 업무 형태가 자꾸 발생한다면, 어떻게 역량 개발 시스템을 통하여 회사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누적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볼 수 없습니다.
역량 개발 시스템은 한 번 구축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시스템에 대해 역량을 가진 사람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발전 시켜 나가야 됩니다. 또한 그 ‘역량을 가진 사람’이 바뀌더라도 개선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예에 대입해서 우리의 경우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현재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는 기반이 다음 세대의 제너인들이 다시 부수고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만 할 정도로, 더 쌓아 나가기 힘들 만큼 허술하다면 ‘내 자녀를 입사시키고 싶은 회사’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우리의 딸들이 아들들이 들어오고 싶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 우리에게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더 쌓아 나갈 수 있을 만한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현재 책임자이자 구성원인 우리의 자리가 다음 제너인들로 대체되더라도 그들이 우리가 구축한 기반(시스템)위로 계속 쌓아갈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제너 2.0의 모습에 가까워 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쌓아나가 발전시킬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한 ‘계속 쌓아나갈 수 있는 탄탄한 기반(시스템)’들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제너시스템즈의 식구들은 스스로의 역량을 통해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을 창의성 및 유연성과 효율성을 가미하여 회사가 커다란 경쟁력을 갖추어갈 수 있게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째,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언젠가는 물러나야 합니다.
따라서 개인에 의존하면 축적이 일어나질 않습니다.
조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발전하려면 그것을 담을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쌓아나가야 하는데,
그 틀이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속성을 추구하는 기업과 유한한 존재인 개인과는 애초에 같이 갈 수가 없는 것이지요.
둘째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독선의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예측 가능성도 높이고요.
개인에 의존하면 장점도 있습니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강력한 추진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지금은 스피드가 강조되는 시대니까 이런 유혹에 빠지기도 쉬운 게 사실입니다.
물론 리더의 비전과 전략이 옳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습니다.
어디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다면 모를까?
끝으로, ‘시스템’과 딱 맞는 비유는 아닙니다만,
개인 보다는 법과 규칙, 문화, 규범 등(크게 봐서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글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페르시아 왕이 그리스를 침공하면서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나의 군사들은 지휘관의 채찍이 두려워 전쟁터에서 없는 용기라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리스인들이 모두 그렇게 자유롭다면
어떻게 전쟁터에서 일사불란하게 전투를 수행할 수 있나?”
이에 대해 그리스인이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그리스인들에겐 왕이 없습니다. 그 대신 우리에게는 법과 규범이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법에 대해 품고 있는 외경심은
전하의 신하들이 전하를 두려워하는 것을 훨씬 능가합니다.
법이 전쟁터에서 등을 돌리고 도망치지 말라고 명하므로
아무리 많은 수의 적군 앞에서도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을 것입니다.”
글쓴이 : 강용구 CEO 제너시스템즈
연세대 전기공학 / 대우통신
전자통신연구원 (ETRI) / 데이콤연구소
現 제너시스템즈 대표이사
"xenerdo의 운영정책에 의해 포스팅 주제와 맞지 않는 댓글과 트랙백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스템 구축하는 것도 사람의 일이라
사람이 하는 일이라 힘들다는...
네..맞습니다.
서로 정답을 찾아가야 겠지요.
윤기아빠 2009/12/07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어려운 문제인 거 같습니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면 좋겠다 생각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샌가 사람에 의존하게 되더라고요.
강 사장님도 아마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말씀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