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사의 해외 수출 비하인드 스토리 마지막편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2009/12/01 12:30




어찌되었건 이 때 통화량 폭주가 일어났고 우리 시스템이 속절없이 뻗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에 이어서 마지막 편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다른 글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한국 시간 새벽 3시!
항상 그렇듯이 전날 술마시고 뻗어 자고 있는데 나의 핸드폰이 징그럽게 짖어 댄다. 안 받았다. 다시 울린다. 안 받았다. 다시 울린다. 집 사람 짜증낸다. 어쩔 수 없이 받았다. 난 아직도 우리 마누라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상대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간단하다.
“SOS! Help Us!”. (시스템은 뻗었는데 우리쪽 엔지니어는 아무도 연락이 안된단다.)

 일단 사고 상황 접수하고, 내 핸드폰에 등록되어 있는 SE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꼬박 한 시간을 전화하고 또 하고를 반복했다. 정말 아무도 안받는다.

나까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당시 제너에 들어온지 한 2년 정도된 나로서는 사실 엔지니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리 부탁할 만한 엔지니어들이 사실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시스템이 뻗었다는 말은 복구되기 전까지 통화가 안된다는 것이고 그건 결국 그만큼 고객의 수입이 매 분, 매 시간 날아간다는 얘기다. 이 생각이 미치자 나라도 나서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사장님을 깨우자'

로 결론을 본 뒤, 새벽 4시! 당시 우리집하고 길하나 건너 살고 계시던 사장님이라 통화가 안되면 집으로 쫓아갈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통화가 되었다.

당연히 나보다 엔지니어들의 연락처를 많이 가지고 있던 사장님께서 여기 저기 전화해서 비상을 거셨고 그 시간 관련 엔지니어들을 전부 회사로 속속 복귀해서 새벽부터 시스템 살리느라 난리 법석을 떨었다. 나도 일찌감치 회사로 복귀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시스템이 과부하 제어(overload control) 기능이 없기 때문에 라이센스 최고치에 도달하게 된 후에 다음콜이 들어오면 바로 뻗어 버리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SE들은 뻗으면 살리고 뻗으면 살리고를 반복하며 매 시간 상태를 모니터링 하여 결국 원인이 과부하 제어(overload control) 기능의 부재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기존 TDM 기반 시스템과는 달리 우리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오히려 프로세스에 부하가 더 가게 되고 이 마저도 하루 이틀 작업으로 만들어 낼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TDM 기반의 기존 회선(circuit)방식은 한 통화당 물리적으로 한 개의 라인이 필요하다. 즉, 동시에 10통화가 가능케 하기위해서는 물리적으로 10개의 라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중 다섯 통화만 되면 나머지는 다섯 라인은 비어 있는 상태로 놀게 되며, 만약 10통화가 넘어가면 물리적으로 라인이 없기 때문에 아예 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과부하 제어(overload control)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것이다. 그런데 VOIP 방식은 기존의 DATA 라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와는 다른 라이센스 제어 방식을 따를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위와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국내 통신 사업자들은 미리 미리 증설을 준비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국내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도 디자인 단계부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과부하 제어 기능이 필요없는 상황은 만들면 최소한 죽지는 않을테니 일단 라이센스를 두 배로 올려주자였다.

고객입장에서는 수익이 더 나게 되니 불만이 없을테고 우리 입장에서는 개발기간을 1벌 수 있게 되므로 잘못된 결정은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결국, 임시로 라이센스를 두 배로 2주간 늘려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고객도 처음엔 어떻게 그런 기능도 없냐며 강하게 클레임했지만 나중엔 오히려 고마워하는 분위기로 상황이 전환되었다.

다시 돈과 관련된 문제로 돌아와 우리가 제일 앞단에 서서 계약을 한 상태이므로 GW를 우리가 수입해서 재판매 하는 중계무역 같은 형태가 되어버렸고, 우리 또한 신용장을 거꾸로 미국 쪽에 발행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쪽은 특별히 조건부 신용장을 주어야 할 이유가 없긴 하였지만 백투백(back to back) 옵션으로 우리도 수금하면 준다는 형태로 합의가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우리 쪽의 이유로 고객 쪽 신용장에 문제가 생기고 우리가 미국 쪽으로 발행한 신용장은 그대로 진행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아무리 백투백(back to back) 옵션을 계약서에 집어 넣었다 해도 우리가 발행한 신용장에 하자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불을 일정 기간 늦출 수 있을 뿐 고객으로부터의 수금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은 우리가 지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수금도 못한 금액을 우리가 바로 지불하면 회사의 자금 흐름(case flow)이 막히게 되므로 하는 수 없이 그 후로 인도네시아 쪽 고객에 우리를 통해서 납품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우리가 수금을 하였지만 그쪽에 비슷한 금액에 대한 수금은 파키스탄에서 수금이 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협상하여 어럽게 신용장 금액을 지불하였다.

어찌보면 좀 너무 했다도 싶지만 당시 현금 흐름상 한 푼이 아쉬울 때였고, 다행히 그쪽 파트너들이 많이 이해를 해주어서 가능 했던 일인것 같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빌링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당시 같이 제안한 빌링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긴 하였으나 이 문제가 수금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전혀 예상 못한 사안이었다.

빌링 시스템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고객과의 협의는 정말로 중요할 수 밖에 없고 많은 시간을 협의 과정에 때려 박아야 한다. 당시 무식 단순했던 나로서는 이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게다가 국내 빌링 시스템 파트너 쪽은 영어 가능한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객과 업체간의 의사소통이 너무도 어렵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고객은 고객대로 불만이 쌓이고, 빌링 업체는 업체대로 전화사업자체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고객이라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매번 정확히 요구사항도 안주고 있다고 하며 서로 감정적인 대립으로까지 치닫게 되면서 결국 고객이 마지막 잔금을 주지 않겠다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빌링 업체 엔지니어만을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다시 날아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거의 통역수준의 역할을 하면서 문제되는 사항 등을 정리하는 등 씨름 끝에 합의를 도출해 내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약속한 대로 개발을 해주었으나 그들은 계속 만족을 못하고 불만을 이야기했다. 좌우지간 그 후로 몇 달간 치고 받고 하다가,

결국 최후의 통첩으로

수금이 안되면 유지보수를 못할 것 같다고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결정 났다고 통보하고 나도 정말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라고 살짝 으름장을 놓자 그쪽도 마지 못해 지불을 약속했고 드디어 마지막 10% 잔금을 받아냄으로써 2년 6개월 이상의 나의 첫 번째 프로젝트의 여정을 마치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 이 프로젝트만 한 것은 아니고 그 와중에 이 프로젝트로 인연을 맺게 된 싱가폴 친구와 함께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싱가폴 스타헙, 인도네시아 인도삿 등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여정은 이어져 오고 있다.


끝으로 좀 오래된 이야기이다 보니 생각이 가물 가물한 부분도 있고 해서 뻥도 조금 있고 사실과 약간 틀린 부분이 있을수도 있는데, 어쨋든, 대부분은 사실을 근거한 이야기이다. 다만, 글재주가 별로 없다 보니 글도 너무 중구난방 앞뒤 없이 마구 늘어지게 쓴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전문적으로 글쓰는 사람도 아니고 하니 많은 이해 부탁드리며, 최소한 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쓴이 : 유재원 이사 제너시스템즈 말레이시아 지사


사람마다 각자 자기 위치만큼 생각하고, 각자 역할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다 내 자식같은 것들이라서 그 경험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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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던행인 2009/12/01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제가 생뚱맞긴하지만,, 글에서 회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행복한 제너~~~

    • 돌릭 2009/12/04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 둘 모여 오늘날의 제너가 된 것 같네요 ^^ 앞으로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을 다해야겠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재원 2009/12/08 1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칭찬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새겨 듣도록 하갰습니다.

  2. Sangman Lee 2009/12/01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i Jay,

    Don't be so modest. It was a great story even for me although I have heard most of these stories from my people and I was also involved (albeit indirectly from San Diego and in part through my people in Singapore) even before its start. I believe you should take up on a writing career in your spare time. Keep up the good work and catch up with you soon.

    Kind regards.

    Sangman Lee

    • 유재원 2009/12/08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랫동안 못 뵈었네여^^ 잘지내시지여?

      Your sky-high rocket praise makes me no more wirting ha ha ha!!
      I am still hanging around with our singaporean buddies here. If you have any chance to come down here, let me know Sir.
      Hope to see you soon ^^

      jay

  3. 공대생 2009/12/01 1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편이라서 아쉽네요 ㅋㅋ

    다른 에피소드도 기대하겠습니다.

  4. 영어못난이 2009/12/14 0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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