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돈을 지불하고 깔아야 하고 아무나 깔아주는 것도 아니어서 엄연히 말하면 불법이지만
언니가 나고, 내가 언니이기 때문에 곧 내가 쓰는 거니까 괜찮다며 스스로를 달랩니다.
이리하여 언니는 외국에서 와이파이망이 잡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제 명의(!)로 된 FMC를 사용해 인터넷전화를 저렴하게 쓸 수 있게 됐습니다.
타향살이에 늘어나는 건 그리움의 눈물과 다 쓴 공중전화카드라는 둥, 먹는 것보다 통화료가 더 나온다는 둥,
스카이프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인터넷 되는 컴퓨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화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둥,
부모님께 메신저 채팅이나 이메일로 안부를 묻는다는 둥,
어떻게 국제전화를 사용해도 품질이 안 좋아서 차라리 편지를 쓰겠다는 둥...
회사 FMC로 인해 다 옛말이 되었습니다.
FMC가 깔린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저렴하게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공중전화 카드를 안 사도 되고, 공중전화 박스를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인터넷 되는 컴퓨터를 찾으러 돌아다닐 일이 없습니다.
통화 시간을 보며 초조한 마음으로 전화하는 일도 없을 거고요.
언니는 엄청 고맙다며 너밖에 없다고 합니다. 대신 언니에게 신신당부합니다.
전화는 반드시 '안테나' 아이콘이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곳에서만 사용하라고,
그렇지 않으면(‘3G망을 사용하면’.. 이겠죠ㅎ) 패가망신할만한 요금 폭탄을 맞게 되는데,
언니가 아니라 한국에 있는 내가 맞게 되는 거라고 계속해서 주입시킵니다.
언니는 그게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될 뿐더러 선물하는 마당에
뭐가 이렇게 구차하고 치사스럽게 조건이 많냐는 표정으로
사용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선물 같은데 이걸 과연 받아야 할까 고민하는 표정으로 애써 고맙다고 말합니다.
언니가 아무리 요상한 표정을 지어도, 일단 외국에 나가면 백 번 나에게 감사할 게 뻔합니다.
유선전화와 견줄 만한 품질을 자랑하는 인터넷전화를 와이파이망에서 국내통화료 수준으로
엄청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3G망에서 전화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죠.
이게 다 3G망 을 잡다가도 와이파이망이 잡히는 곳에서는 와이파이망으로 전환해 잡아주는 FMC 덕분입니다.
이 정도 선물이면 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십분 어필한 것이고,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면피가 된 듯 합니다.
그리고 출국 날. 어느 시인의 시처럼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에 일이 되어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언니는 제 명의로 우리 회사 FMC가 불법으로 깔린 스마트폰을 들고 수년 간의 유학 길에 올랐습니다.
잠시 동안은 슬펐으나, 언니가 꽤 종종 전화를 하여 마치 곁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니가 신.신.당.부. 한 대로 안테나 아이콘이 뜨는 곳에서만 전화를 한다며,
막상 와보니 이게 얼마나 고마운 건지 알겠다며 연거푸 말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한다고 말하네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날 감싸 안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 우리 회사 개발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짜고짜 저한테 해외 출장 다니냐고 물어봅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제 이름으로 적지 않은 액수의 해외통화료가 부과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머리 속을 스치는 ‘언니에게 불법으로 깔아 준 FMC’…. 식은땀이 흐릅니다.
광속으로 전화번호를 두들겨 언니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어지는 언니의 답변.
"네가 하란 대로 안테나 아이콘 생기는 데서만 전화했는데.. 음...
친구들한테는 특별히 말 안 했지만 스마트폰 기계가 다르니까 상관없지 않나?" ......친구들?
"아.. 저번에 나 부러워하던 한국 친구들 말이야, 주머니 사정 서로 아는 같은 타향살이
처지끼리 나 혼자 좋은 거 쓸 순 없잖아. 좋은 건 나눠야지..
마침 스마트폰 해킹할 줄 아는 애가 있어서, 네가 깔아준 그 FM...FM..FMC?
다른 친구들 폰에도 같이 깔아서 쓰고 있어^^ 근데 그게 왜?"
안구의 습기가 차고 넘쳐 쓰나미로 돌변해 몰아칩니다.
뭘 모르거나, 뭘 안다 하여도 책임감 없는 그 친구들이 FMC를 이용해
3G망이 잡히는 곳에서도 신나게 해외통화를 한 게 분명합니다.
회사에서는 회사 FMC를 땡전 한 푼 내지 않고 사적인 용도로 불법 배포한 범법자로 낙인 찍히게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엄청난 해외통화료를 대신 지불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고요.
물론 그 언니의 친구들에게 어떻게든 받아내야 하겠지만, 돈을 주지 않는다면?
폰을 해킹했으니 신고하겠다고 협박할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밀반출 및 불법 양도한 저도 같이 잡혀 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아, 어떻게 언니는 그렇게 생각이 없을 수 있을까요?
FMC라는 꿈의 기술이 나에게는 재앙의 기술이 됐습니다.
지난 날 언니를 한 번 바람 맞혔던 그 과오가 과연 이렇게 저에게 인과응보로 되돌아 오는 걸까요?
"안돼~~ 이 건 꿈이야!!!!!!!!!!!!!!!!!"
울면서 회사를 뛰쳐 나갑니다. 그래도 회사인데,
무슨 울 일이나 되는지 낯짝도 두껍게 엄청 크게 웁니다.
그리고...침대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정말 한 여름 밤의 ‘꿈’이었습니다.회사 FMC를 밀반출(!)하여 불법 양도한 꿈 속의 내가 나인지,
그 꿈을 꾼 게 나인지.. 날이 덥다 보니 이젠 별 희한한 악몽을 다 꾸네요.
과거 나의 잘못이 엄청 미안한 것도 사실이고, 언니에게 엄청난 선물을 해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절대로 FMC는 깔아주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유학생들에게는 뭐니뭐니해도 제때 제때 햇반과 김치를 붙여주는 사람이 그렇게 눈물 나도록 사랑스럽다던데,
선물은 아날로그 아이템으로 준비해야겠습니다.
이지윤 사원[돌릭:제너두홀릭]
이제두 저제두 제너두 서핑에 폭 빠져 사는 TW이 지윤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기가막힌(?) 한여름밤의 꿈이었네요~ㅎㅎㅎ
크게한번 웃네요. ^^
활기찬 한주 되시길!!!
감사하모니다^^;
무서웠어요..증말루..ㅎㅎ
기가막힌 꿈이지만 있을법한 일이네요
해킹의 무서움이 먼저 떠올랐고..
FMC 기술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언제쯤이면 제 폰에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을까요?.
좋은 기술일수록 해킹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능^^
고맙습니다.
아... 꿈이었군요. ㅋ
첫부분 읽으면서 '어라 이거 곤란한데' 했었거든요.
제대로 낚였습니다. ㅎㅎ
하지만 FMC가 보편화되면 분명히 있을 수 있는 일일 듯 합니다.
유선 인터넷전화도 해킹되어서 이용료가 부당 청구되는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정말 곤란하죠.
꿈이었길래 망정이지
전 그런 사람이 아니랍니다.^^;
가브리엘 2010/07/19 2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제너시스템 tw분들의 글이 넘 좋네요.
열독하고 있습니다.
흠메~
가브리엘님 또 오셨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 2010/07/21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FMC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눈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네요 ^^
감사합니다.
FMC라는게 알고 보면 어려운 얘기는 아닙니다^^;
구룡 2010/07/21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읽음으로해서 신기술 FMC가 뭔지를 알기 쉽게 설명이 돼서 너무너무 시원했습니다
글이 지루하지 않고 머리에 쏙쏙~~ 들어와 박혔답니다
덕분에 항상 IT의 최첨단 신기술과 용어를 항상 익히고 인식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몸 건강하시고 건승하세요!!!!!~~~
앞으로 자주 오시면 더 재미있는 글을 보실 수 있을거예요~~
건강하세요~~
왕궁금 2010/07/25 0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코에서 계열사까지 스마트폰을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평소 IT에 관심이 많았고, 먼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직원들 궁금증에 대답을 해주곤 합니다.
역시 곧 밑천이 드러나더군요.
이곳 블로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앗!!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자주 들러주셔서
좋은 정보 자주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질의 글 발행에 대한 압박이..ㅎㄷㄷ)
왕궁금 2010/07/30 2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궁금한게 있습니다.
1. 앞으로 PSTN은 없어지거나 특수용도로만 남을 것이라고 이도경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곧 4G기술이 적용 될텐데 이것은 PSTN망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 아닙니까?
2. 결국 PSTN, IPN 모두 남아 데이터 전송에 이용될 것 같은데, 한가지로 통일될 수는 없습니까?
3. 4G가 wifi보다 빠르고 대용량의 전송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IPN망에 AP대신 중계기를 설치하고 4G기술을 적용하면 안되나요?
제 심장이 쫄깃해질뻔 했네요 ㅎㄷㄷ
글쓰신 분은 얼마나 쫄깃해졌을까요..ㅎㅎㅎ
수십번?>ㅎㅎ
제너 3G와는 관계없나요? 2010/09/25 1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새 이동사들이 정액으로 무제한 이동전화 가능한 상품 속속 출시하는데요. 제너는 와이파이 관련회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3G망하고는 관련이 없는 것인가요?
요새 3G망 이용 무제한 요금이 대세인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