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믿고 기업의 대표가 된 사연

CEO칼럼 2010/12/21 06:30


창업과 관련해서 자신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려니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임을 느낍니다.
그냥 제삼자가 제너의 창업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CEO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말해 주는 것을 듣는 편이 훨씬
편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내용의 좋고 나쁨은 둘째 치고 말이죠.

저의 짧은 기억력 때문에 언급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고 특정 사건에 대한 관점도 사람마다 다르므로 제가
본 것이 모든 것을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으니까요. 이거 잘못하다간 CEO가 썼다는 이유로 공증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중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처음에 언급했던 “어떻게 기업의 대표가 되셨습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회사가 세워졌고 대표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대표가 되었는지 말하는 건 참 어렵더군요.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제가 선대의 사업을 물려받아 체계적으로 경영자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CEO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연구소에 입사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리더십과 카리스마 때문에 대표가 되었다고 제 입으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냥 단순하고 솔직하게 말해보라고요?

그렇다면 저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사람 때문이었습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10여년전 나의 모습



네, ‘사람들’이 있었기에 창업 당시 제가 대표직을 수락할 수 있었습니다.

동고동락했던 동료, 이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떤 어려움이나 두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뭘 몰라서 용감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결코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너 창업의 첫 번째 원동력도 바로 이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기회’냐 ‘약속’이냐는 대목에서도 나왔듯이 제가 눈앞의 ‘기회’를 포기하고 사람들과의 ‘약속’을 선택했을 때 오히려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기회’는 단순히 어떤 행운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업의 두 번째 이유를 꼽자면 저는 ‘기술에 대한 비전 또는 전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http://www.flickr.com/photos/hondanews/3949404942/


즉, 단순히 현재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앞으로의 흐름을 읽고 거기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오늘의 제너시스템즈가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당시는 통신(전화) 시장과 컴퓨터(인터넷) 시장이 구분된 시기였습니다.

통신은 통신이었고 컴퓨터는 컴퓨터였죠. 저는 통신 업계에 몸담은 형편이었고요. 그런데 저에겐 언젠가 전 세계의 통신 시장이 인터넷 기반으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인터넷 전화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가령, 다이얼패드) 통신과 컴퓨터(인터넷)의 접목이 아주 새로운 개념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초기 인터넷 전화 솔루션들은 대부분 전산일 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데이터 통신의 개념으로 음성 통신에 접근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모두 음성 통신에서 요구하는 실시간 응답이라든지, 높은 가용성과 확장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택배에 비유하자면 데이터 통신에서는 도로 사정에 의해 물건이 좀 늦게 도착해도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물건만 도착하면 됐죠(인터넷 속도가 좀 느려져도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그러나 음성 통신은 무조건 제시간에 물건을 받아야 합니다. 데이터 통신에서는 물건이 중간에 유실되어도 다시 보내면 되지만 음성 통신에서는 물건이 유실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전화할 때 상대방의 소리가 늦게 들리거나 끊어져서 들리면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결국, 숙제는 전용 도로(전화 회선)가 아닌 일반 도로(인터넷 회선)에서도 물건(음성)이 평일, 주말, 명절기간과 상관없이(확장성) 제시간에(실시간), 배달 사고 없이(신뢰성) 전달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http://www.flickr.com/photos/treevillage/4603339928/

그래서 저는 이런 음성 통신의 요구사항을 기초로 앞으로 통신과 인터넷이 접목되리라고 믿었고 이러한 확신을 바탕으로 기꺼이 이 분야에 뛰어든 것입니다.

제가 기술에 대한 전망을 말하니까 연구소에서 연구만 하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안목과 사업 구상 능력을 갖추게 되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실 저는 연구소 소속이긴 했으나 순수 연구 인력은 아니었습니다.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회의를 주재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등 일종의 PM(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병행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낮에는 일반 업무를 처리하고 밤에는 기술과 관련한 정보와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이 분야의 기술과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되며 핵심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동향과 전망을 보는 안목이 생겼다고 할까요? 지금 돌이켜 보면 창업을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에 이미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제가 맡고 있던 일들과 이를 통한 여러 경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상에서 저는 오늘의 제너시스템즈가 어떻게 시작되었나 간략하게 얘기해 보았습니다.
흔히들 회사를 세우거나 경영자가 되는 일이 특별한 사람 또는 특정 분야의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보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어떤 분야든(개발, 영업, 기획, 품질 등) 큰 틀은 기업을 세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요구 사항 분석에서부터 시작하여 설계, 구현, 시험, 유지보수에 이르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나 이러한 유사한 과정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라면 기업을 세울 수 있는 큰 뼈대를 갖추고 있는 셈이 됩니다. 채워야 할 대상(Object)이 다를 뿐이죠.

이 기초 위에 경영에 필요한 요소들을 접목하고 보완하면서 기업을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이는 경영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입니다. 저를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개발자 출신입니다.
다만, 전문 지식과 경영 이론만 가지고 되지는 않습니다. 이 위에 ‘사람들과 노는 법’을 더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업은 경영자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끌어내는 일이야말로 경영자의 첫째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저는 지금도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이란 말이 있지요?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는 뜻인데요. ‘제너의 창업’에도
맞아떨어지는 말 같습니다. 기회는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 올지 알 수 없고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자신이 얼마나 준비되었느냐 이겠죠. 반대로 아무리 일을 계획하고 준비해도 때가 아니면 일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한 번 일을 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때를 읽고 준비하여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너의 창업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입니다.
과거에 이룬 일보다는 앞으로 이루어야 할 일들이 더 많기 때문이죠.

제가 한 달동안 출장으로 인해 CEO칼럼이 잠시 쉽니다. 양해 바랍니다.


글쓴이 : 강용구 CEO

임직원 모두가 자신의 아들딸들에게 자신 있게 입사를 권유할 수 있는 회사,
전 세계 모든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제공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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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smikuru.tistory.com BlogIcon 노지 2010/12/21 0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2. Favicon of http://borgus.tistory.com BlogIcon DDing 2010/12/21 0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술도 사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믿을만한 또는 믿고 싶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 창업의 큰 자산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그런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

  3. 까삐딴리 2010/12/21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렸다.
    진인사대천명...
    좋은 말씀입니다.

  4. 데카당스 2010/12/21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너 사장님은 생각이 참 많으신 분 같네요.
    믿음이 갑니다.

  5. Favicon of http://boann.tistory.com BlogIcon Boan 2010/12/21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에 대한 믿음, 워낙 사장님이 잘하시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거라 생각됩니다.
    사장님이 못하는데 사람들이 믿고따르지는 않을것같아요.

  6. Favicon of http://plusblog.tistory.com BlogIcon 꼬마낙타 2010/12/21 1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ㅎ

  7. Favicon of http://blog.ahnlab.com BlogIcon 안랩맨 2010/12/21 1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걸 생각케하는 훈훈한 글입니다. '사람들'이 있었기에 기업의 대표가 되셨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영자의 행보를 이어가고 계시는 군요. 앞으로의 행보에도 무궁한 발전이 있으시길 빌겠습니다. ^^

  8. Favicon of http://pavlo.kr BlogIcon pavlomanager 2010/12/21 1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9. 김상범 2011/03/29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직개편을 발표했더군요. 깊은 뜻이 있을 꺼라 믿고 모쪼록 개편을 통해 제너의 칼라를 찿길 바랍니다.
    마켓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주식을 사는 건 지혜며, 때를 사는 건 용기라구요. 때를 살 수 있는 용기, 범부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