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출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01 유이사의 해외 수출 비하인드 스토리 마지막편 (9)
  2. 2009/11/17 유이사의 해외 수출 비하인드 스토리 4탄 (8)

유이사의 해외 수출 비하인드 스토리 마지막편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2009/12/01 12:30




어찌되었건 이 때 통화량 폭주가 일어났고 우리 시스템이 속절없이 뻗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에 이어서 마지막 편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다른 글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한국 시간 새벽 3시!
항상 그렇듯이 전날 술마시고 뻗어 자고 있는데 나의 핸드폰이 징그럽게 짖어 댄다. 안 받았다. 다시 울린다. 안 받았다. 다시 울린다. 집 사람 짜증낸다. 어쩔 수 없이 받았다. 난 아직도 우리 마누라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상대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간단하다.
“SOS! Help Us!”. (시스템은 뻗었는데 우리쪽 엔지니어는 아무도 연락이 안된단다.)

 일단 사고 상황 접수하고, 내 핸드폰에 등록되어 있는 SE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꼬박 한 시간을 전화하고 또 하고를 반복했다. 정말 아무도 안받는다.

나까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당시 제너에 들어온지 한 2년 정도된 나로서는 사실 엔지니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리 부탁할 만한 엔지니어들이 사실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시스템이 뻗었다는 말은 복구되기 전까지 통화가 안된다는 것이고 그건 결국 그만큼 고객의 수입이 매 분, 매 시간 날아간다는 얘기다. 이 생각이 미치자 나라도 나서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사장님을 깨우자'

로 결론을 본 뒤, 새벽 4시! 당시 우리집하고 길하나 건너 살고 계시던 사장님이라 통화가 안되면 집으로 쫓아갈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통화가 되었다.

당연히 나보다 엔지니어들의 연락처를 많이 가지고 있던 사장님께서 여기 저기 전화해서 비상을 거셨고 그 시간 관련 엔지니어들을 전부 회사로 속속 복귀해서 새벽부터 시스템 살리느라 난리 법석을 떨었다. 나도 일찌감치 회사로 복귀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시스템이 과부하 제어(overload control) 기능이 없기 때문에 라이센스 최고치에 도달하게 된 후에 다음콜이 들어오면 바로 뻗어 버리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SE들은 뻗으면 살리고 뻗으면 살리고를 반복하며 매 시간 상태를 모니터링 하여 결국 원인이 과부하 제어(overload control) 기능의 부재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기존 TDM 기반 시스템과는 달리 우리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오히려 프로세스에 부하가 더 가게 되고 이 마저도 하루 이틀 작업으로 만들어 낼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TDM 기반의 기존 회선(circuit)방식은 한 통화당 물리적으로 한 개의 라인이 필요하다. 즉, 동시에 10통화가 가능케 하기위해서는 물리적으로 10개의 라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중 다섯 통화만 되면 나머지는 다섯 라인은 비어 있는 상태로 놀게 되며, 만약 10통화가 넘어가면 물리적으로 라인이 없기 때문에 아예 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과부하 제어(overload control)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것이다. 그런데 VOIP 방식은 기존의 DATA 라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와는 다른 라이센스 제어 방식을 따를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위와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국내 통신 사업자들은 미리 미리 증설을 준비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국내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도 디자인 단계부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과부하 제어 기능이 필요없는 상황은 만들면 최소한 죽지는 않을테니 일단 라이센스를 두 배로 올려주자였다.

고객입장에서는 수익이 더 나게 되니 불만이 없을테고 우리 입장에서는 개발기간을 1벌 수 있게 되므로 잘못된 결정은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결국, 임시로 라이센스를 두 배로 2주간 늘려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고객도 처음엔 어떻게 그런 기능도 없냐며 강하게 클레임했지만 나중엔 오히려 고마워하는 분위기로 상황이 전환되었다.

다시 돈과 관련된 문제로 돌아와 우리가 제일 앞단에 서서 계약을 한 상태이므로 GW를 우리가 수입해서 재판매 하는 중계무역 같은 형태가 되어버렸고, 우리 또한 신용장을 거꾸로 미국 쪽에 발행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쪽은 특별히 조건부 신용장을 주어야 할 이유가 없긴 하였지만 백투백(back to back) 옵션으로 우리도 수금하면 준다는 형태로 합의가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우리 쪽의 이유로 고객 쪽 신용장에 문제가 생기고 우리가 미국 쪽으로 발행한 신용장은 그대로 진행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아무리 백투백(back to back) 옵션을 계약서에 집어 넣었다 해도 우리가 발행한 신용장에 하자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불을 일정 기간 늦출 수 있을 뿐 고객으로부터의 수금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은 우리가 지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수금도 못한 금액을 우리가 바로 지불하면 회사의 자금 흐름(case flow)이 막히게 되므로 하는 수 없이 그 후로 인도네시아 쪽 고객에 우리를 통해서 납품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우리가 수금을 하였지만 그쪽에 비슷한 금액에 대한 수금은 파키스탄에서 수금이 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협상하여 어럽게 신용장 금액을 지불하였다.

어찌보면 좀 너무 했다도 싶지만 당시 현금 흐름상 한 푼이 아쉬울 때였고, 다행히 그쪽 파트너들이 많이 이해를 해주어서 가능 했던 일인것 같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빌링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당시 같이 제안한 빌링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긴 하였으나 이 문제가 수금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전혀 예상 못한 사안이었다.

빌링 시스템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고객과의 협의는 정말로 중요할 수 밖에 없고 많은 시간을 협의 과정에 때려 박아야 한다. 당시 무식 단순했던 나로서는 이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게다가 국내 빌링 시스템 파트너 쪽은 영어 가능한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객과 업체간의 의사소통이 너무도 어렵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고객은 고객대로 불만이 쌓이고, 빌링 업체는 업체대로 전화사업자체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고객이라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매번 정확히 요구사항도 안주고 있다고 하며 서로 감정적인 대립으로까지 치닫게 되면서 결국 고객이 마지막 잔금을 주지 않겠다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빌링 업체 엔지니어만을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다시 날아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거의 통역수준의 역할을 하면서 문제되는 사항 등을 정리하는 등 씨름 끝에 합의를 도출해 내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약속한 대로 개발을 해주었으나 그들은 계속 만족을 못하고 불만을 이야기했다. 좌우지간 그 후로 몇 달간 치고 받고 하다가,

결국 최후의 통첩으로

수금이 안되면 유지보수를 못할 것 같다고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결정 났다고 통보하고 나도 정말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라고 살짝 으름장을 놓자 그쪽도 마지 못해 지불을 약속했고 드디어 마지막 10% 잔금을 받아냄으로써 2년 6개월 이상의 나의 첫 번째 프로젝트의 여정을 마치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 이 프로젝트만 한 것은 아니고 그 와중에 이 프로젝트로 인연을 맺게 된 싱가폴 친구와 함께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싱가폴 스타헙, 인도네시아 인도삿 등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여정은 이어져 오고 있다.


끝으로 좀 오래된 이야기이다 보니 생각이 가물 가물한 부분도 있고 해서 뻥도 조금 있고 사실과 약간 틀린 부분이 있을수도 있는데, 어쨋든, 대부분은 사실을 근거한 이야기이다. 다만, 글재주가 별로 없다 보니 글도 너무 중구난방 앞뒤 없이 마구 늘어지게 쓴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전문적으로 글쓰는 사람도 아니고 하니 많은 이해 부탁드리며, 최소한 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쓴이 : 유재원 이사 제너시스템즈 말레이시아 지사


사람마다 각자 자기 위치만큼 생각하고, 각자 역할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다 내 자식같은 것들이라서 그 경험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2동 | (주)제너시스템즈
도움말 Daum 지도

"xenerdo의 운영정책에 의해 포스팅 주제와 맞지 않는 댓글과 트랙백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Posted by 제너시스템즈

트랙백 주소 : http://xenerdo.com/trackback/159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지나가던행인 2009/12/01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제가 생뚱맞긴하지만,, 글에서 회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행복한 제너~~~

    • 돌릭 2009/12/04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 둘 모여 오늘날의 제너가 된 것 같네요 ^^ 앞으로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을 다해야겠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재원 2009/12/08 1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칭찬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새겨 듣도록 하갰습니다.

  2. Sangman Lee 2009/12/01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i Jay,

    Don't be so modest. It was a great story even for me although I have heard most of these stories from my people and I was also involved (albeit indirectly from San Diego and in part through my people in Singapore) even before its start. I believe you should take up on a writing career in your spare time. Keep up the good work and catch up with you soon.

    Kind regards.

    Sangman Lee

    • 유재원 2009/12/08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랫동안 못 뵈었네여^^ 잘지내시지여?

      Your sky-high rocket praise makes me no more wirting ha ha ha!!
      I am still hanging around with our singaporean buddies here. If you have any chance to come down here, let me know Sir.
      Hope to see you soon ^^

      jay

  3. 공대생 2009/12/01 1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편이라서 아쉽네요 ㅋㅋ

    다른 에피소드도 기대하겠습니다.

  4. 영어못난이 2009/12/14 0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유이사의 해외 수출 비하인드 스토리 4탄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2009/11/17 10:28




여기서부터 나의 고행길은 시작된다.

일단 첫 번째 내가 한 조치는 본사로 연락하여 당장 영문화 작업을 요청했고, 고객 쪽에는 '공교롭게도 현재 소프트스위치의 버전 업그레이드에 따른 영문화 작업 중이므로 조금만 기다려 달라' 했다. 그런데 이게 워낙 분량이 많은 관계로 거의 한 달이 넘게 작업을 해야 하는 분량이었다.


2주 정도가 지나자 고객 쪽에서 의심을 하며,

니들 혹시 매뉴얼 없는 거 아냐?
그전 버전이라도 먼저 주면 되는거 아니냐?

 하면서 압박하기 시작했다. 거의 국제 사기꾼 정도로 몰릴 위기까지 가게 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글 매뉴얼 파일을 들이대면서 원래는 있는데 번역할 시간이 필요하니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해서 일주일 정도를 더 벌었고, 그 사이에 번역 업체를 계속 재촉한 끝에 가까스로 영문 매뉴얼을 받아 전달하였다.

당연 감수 같은 것은 할 시간이 없었다.

 잠시 생각해보자면...
오랫동안 영국식민지를 거쳐 인도로부터 독립한 파키스탄의 지식 계층들의 영어 수준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다. 더욱이 공부하고자 의욕은 정말 놀라 자빠질 정도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정집을 개조한 이 회사에서 실제로 빗자루 들고 청소하는 아이 (엔지니어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내 눈에는 청소하는 아이로 보였음)가 옆구리에 VOIP 책 수백 페이지짜리 끼고 다니며 읽고 있고, 총 들고 집 앞에서 경계근무 서고 있는 수위 아저씨까지 무슨 수학책 같은 걸 들고(아마 게네들은 그냥 장난으로 읽는 수수께끼 집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수십 자리 곱하기 나누기를 암산으로 풀면서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다.ㅜ.ㅠ

 
한 번은 컨설팅 차 와있던 친구 통신사업자로부터 프리랜서로 보이는 한 친구가 방문했다. 그 친구 관련 자료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데 정말 한 천 페이지는 되어 보였다.
그거 언제 다 읽고 컨설팅할 거야?

하고 약간 비웃듯이 물어보았더니
(무표정한 얼굴에 '질문의 요지가 뭐지' 하는 표정으로) 이거 내일까지 다 읽을 건데 ...

하면서 내 기를 완전히 죽였다. 
 
좌우지간, 매뉴얼 전달하고 일주일 뒤에 그쪽 SI 통해서 들은 고객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혹시 이 매뉴얼 초등학생이 만든 거냐” (정말 technical writer 가 꼭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 이었다.)
[제너시스템즈 9탄 : xener is]TW라는 직업은 무엇을 하나요?

였다.

나중에 들여다 보니 번역 업체는 기술을 하나도 모르는 업체였다. 게다가 우리의 자랑스런 엔지니어들은 자기들 지식 수준만 생각하고 똘똘한 한국사람들 끼리만 이해할수 있게 이야기 하듯이 글을 썼다. 주어도 없이 매 문장을 시작하기 일쑤였고 읽는 감도 안잡히는 상태에서 웬 대명사들은 그렇게 많은지… (정말 오바해서 이야기 하면 “ 뭐 거시기 하는거는 거시기 처럼 거시기 항게 거시기 하게 하면 되지라 잉”  뭐 대충 이런 식이다.) 문장 하나가 보통 6~7줄 짜리로 거의 문단 수준이었다. 대충 그런 상황이었으니 그 친구들에게서 그런말 나와도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어차피 우리 바로 인스톨을 시작할테고 현장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최고니까 우리가 정말 쎈 친구들로 구성해서 파견할 테니 그 때 배우면 충분할거다 하면서 어영부영 넘겼다.

 “일단실제 구축하는것 일~단 한번 보시라니깐요” 모드로 ^^

실제 구축에 필요한 세세한 항목들을 다시 조율하면서 이거 저거 다 해달라고 하는 고객 (여기는 이슬람 문화권이라 술도 안마시고 별다른 놀거리도 없어 책읽는것 하고 수다 떠는것 이외에는 별 취미가 없는 애들이라 책에 나온 전부를 다 긁어 모아 다 해달라고 했다) 하고 연일 치고 받고 얼르고 달래고 협박하고를 반복했다. 거의 300가지 기능 요청하면 3가지정도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다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협박해가면서 조율을 했다. (정말 대단한 우리 슈퍼맨 엔지니어들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은 가당치도 않은 기능들이었고 우리가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들도 있었다.
 
두 번째로 넘어야 할 산은 그쪽에서 요구하는 계약서상의 계약이행보증(performance bond)이었다. 이것은 일종에 하자보증보험 같은 것인데 설치를 하고 나서 일년 동안 정말 잘 돌아가는지를 못 믿으므로 만약 어떠한 조건이 만족되지 못할 경우 은행으로부터 계약금액을 돌려받는 그런 보험 증서 같은 것이다. 해외계약에서 매우 통상적인 조항이다. 우리가 제일 앞단에 서있던 관계로 어떻게든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고객으로 부터 일단 조건부 신용장(L/C)을 받고 국내의 은행들에 문의를 해보니,

계약금액만큼 100% 일년동안 거치를 시켜놓아야 이행보증서(PB) 발행이 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수금은 계약 후 일부, 설치 후 일부, 일년 뒤 일부 이런 식으로 찢어져 있는 상황에서 계약금액 전부에 해당되는 금액을 은행에 박아 두게 되면 당시 우리 회사의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빡빡한 자금 흐름(cash flow)이 완전히 꼬이게 되므로 우리로서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대기업 같은 경우는 워낙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많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그런 용도로 거치시켜놓고 이리저리 돌리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고, 그런 이유로 은행들로부터 조건들 또한 매우 좋게 받고 있다.
 
그래서 광화문에 있는 파키스탄 국영은행지점 찾아가고, 여의도 수출입은행 찾아가서 해결해 볼라고 살려달라고 빌고 조언 구하고 여기저기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별 짓 다 해본 것 같다ㅜ.ㅠ....
그러나 결론은 ‘방법이 없다’였다.

고객 또한 새로 시작하는 회사인지라 자금사정이 탄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에서 차입을 하여 대금을 지불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용장 또한 조건부 신용장의 형태로 그 은행으로부터 받아 보내주었는데, 국내 쪽 은행에서는 신용장이 이상하다, 이런 은행 처음 들어봤다는 둥 이 또한 안 받아주려 해서 정말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광화문에 있는 파키스탄 국영은행지점 찾아가서 이 은행 제대로된 은행인지 확인 해달라고 하고, 여의도 수출입은행에 찾아가서 거치금 없이 PB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수 없냐고 졸라보고 조언을 구했었다. 여기저기 힘좀 쓴다는 양반들, 사장님들 쑤셔서 다 동원해 보고, 이거 해결해 볼라고 정말 내가 할수 있는 별 짓 다해본것 같다. (정말 다들 반대하는 프로젝트를 내가 우겨서 계약 했었기 때문에 자존심 상 더 그렇게 열심히 뛰어 다니고 했던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결론은 '방법이 없다'였다.
그 당시 수출입은행 주최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점을 듣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이름으로 몇몇 수출 중소기업을 초청해 1박 2일 동안의 세미나가 있었다. 운좋게 거기까지 쫓아가서 게거품 물고 정말 이딴 식으로 안 도와줄거냐며 회의 때 행패부리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건당 수천억 수조원짜리 대기업들 주로 다루는 게네들 입장에서 나는 그냥 이름 모를 어느 조그만 회사에 다니며 나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그런 놈 정도로 보였나 보다.
그렇게 두 달 넘게 방방거리고 돌아다녔지만 상황에는 전혀 진전이 없었고, 결국 경영지원과 상의한 끝에 이행보증 없이 차리리 수금을 나중에 하자는 것으로 결론 내자고 합의했다. 고객에게는 우리가 계약이행보증을 하지 않는 대신 수금을 일년 뒤에 하겠다는 조건을 걸어 설득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하지만 앞서 받은 조건부 신용장의 기술 내용과 조건이 바뀌게 됨에 따라 나중에 수금할 때 또 일이 꼬이게 된다.

즉, 그들도 신용장을 조건부로 열었는데, 조건이 바뀌게 되었고, 대금 자체도 그 은행으로부터 차입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미 조건이 바뀌어 버린 상태에서 그 신용장은 국내 은행이 볼 때는 아무런 구속력 없는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결국 신용장을 다시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고객은 파키스탄 은행 쪽에 그것을 변경 요청하는데 은행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해서 이를 해결 하는데 또한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수금을 하게 되었다.

내가 그러고 있는 와중에 우리 엔지니어들은 실제 2005년 초부터 실제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고객은 장비 넣을 건물(‘NOC’라고 불렀는데 아마도 ‘network operation center’정도 되는 것 같다)을 새로 구입해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건 완전히 뼈대만 있는 건물 새로 칠하고 바닥공사하고 좌우지간 먼지 풀풀 날리는 그런 상황에서 엔지니어들이 투입되었다. 우리의 슈퍼맨 엔지니어들이 느끼기에도 당시 상황이 황당 그 자체였지만 역시 슈퍼맨들은 슈퍼맨들이었다. 우선 빗자루랑 쓰레받기를 요청해 청소부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페인트 칠하고 바닥 깔고 벽 세우고 있는 와중에 한쪽 구석에서 장비 설치하고 소프트스위치 깔고, 그 와중에 눈만 똘망 똘망 배우겠다는 열의로 벌떼처럼 몰려든 현지 엔지니어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을 가르쳐가면서 근 3개월 간 꼬박 피자만 죽어라 먹어가면서 설치 완료 하고 결국 런칭에 성공했다. 아마도 그 해 초 여름쯤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해 가을 또다른 위기가 닥쳐오는데,

이슬람 문화권 최대의 축제인 한달기간의 라마단 (한달동안 해떠있는 시간에는 물도 안먹는 기간)이 끝나고 일주일간 축제가 열린다. 모든 사람이 즐기는 그런 기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전화통화량이 거의 폭주를 한다는것이다.

통신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대개 한국의 통신사의 경우는 전체 용량 대비 약 50% 정도의 통화량이 늘어나면 바로 증설을 준비 한다. 그러나 살림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이곳 파키스탄에서는 일년에 일주일 폭주하는 통화량 때문에 시스템 용량을 거기에 맞추어 준비하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어찌되었건 이 때 통화량 폭주가 일어났고 우리 시스템이 속절없이 뻗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글쓴이 : 유재원 이사 제너시스템즈 말레이시아 지사


사람마다 각자 자기 위치만큼 생각하고, 각자 역할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다 내 자식같은 것들이라서 그 경험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2동 | (주)제너시스템즈
도움말 Daum 지도

"xenerdo의 운영정책에 의해 포스팅 주제와 맞지 않는 댓글과 트랙백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Posted by 제너시스템즈

트랙백 주소 : http://xenerdo.com/trackback/145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공대생 2009/11/17 1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볼 때마다 흥미 진진하네요 ㅋ 다음편을 기대합니다.

    • Favicon of http://xenerdo.com BlogIcon xenerdo 2009/11/17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감사합니다. 공대생님,
      이제 마지막편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어서 제너두도 흥미진진해지고 있답니다.

      항상 이 글을 주시하고 계셔주시니 감사합니다.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duds77 BlogIcon 김영근 2009/11/18 16: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고 갑니다

  3. 현승아범 2009/11/19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이사님은 부업으로 책을 쓰셔도 될 것 같네요... 글이 너무 흥미진진 합니다..^^;;

    다음편도 기대되네요...

    • 유재원 2009/11/19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찬의 말씀 이십니다. 실제로 그당시 상황자체가 워낙 예기치 못한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사실 지금까지도 항상 그런와중에 살긴 합니다만 ^^) 이런 상황 자체가 주위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흥미롭게 읽어주시는 것 같네여 ^^

      부족한 글에 과찬을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ㅎㅎ

    • Favicon of http://xenerdo.com BlogIcon xenerdo 2009/11/19 1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으로 낸다면 베스트셀러에 가지 않을까요?ㅎㅎㅎ

    • Favicon of http://xenerdo.com BlogIcon xenerdo 2009/11/19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유이사님께서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반응이 좋은 듯 합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