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크게는 국정 운영에서부터 기업 경영, 그리고 가정에 이르기까지
소통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사태가 났을 때도 ‘소통이 문제다.’고 했고,
요즘 많은 CEO들이 ‘소통 경영’을 외칩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소통이 가족의 행복과 평화(?)를 지키는 키워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소통을 얘기할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우리 또래(이른바 386세대)가 클 때만 해도 ‘침묵이 금’이었습니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말도 있었고,
특히 남자들은 과묵해야 멋있는 ‘사나이’였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떠든 사람’ 적는 자리가 칠판 한 구석에 늘 있었고,
반장은 말 잘하는 친구(?)를 고발하고 핍박(?)하는 선봉에 서야 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도 미팅에 나가면 ‘킹카’는 말이 없었고,
할 수 없이 ‘방자’역을 자임한 친구들이 말 많은 악역(?)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자연히, 집에서도 아버님은 말씀이 없으신 존재였고,
식사 자리에서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밥상머리에서 말이 많다.’는 타박을 받았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은 ‘말대꾸’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커온 우리 세대 또는 우리의 선배 세대들이
요즘 와서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들에게 집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데,
우리 아이들로부터는 이것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대화를 위해 요즘 나오는 가수나 유행하는 트렌드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때로는 자식들이 좀 무례(?)하다 싶은 얘기를 해도
오히려 장단을 맞춰주며 토론을 끌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했다가는 인기 없는 아버지가 되는 것은 물론,
자식들에게 무시당하기 십상입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소통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늘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소통’이라는 사내웹진을 발행하고 있고,
지난 7월부터는 ‘제너두’라는 기업 블로그도 개설했습니다.
또 제가 이런저런 회의 같은 데서 한 얘기는
사내 인트라넷의 ‘CEO의 말과 글’ 코너에 올라가
직원들과의 공감이 시도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일본전산 이야기’라는 책을 가지고
저와 50명 가까운 직원들이 느낀 점을 서로 나누는 기회를 가졌는데,
‘나이 먹어서 무슨 독후감이냐?’고 푸념한 직원들도 있었겠지만,
저 나름대로는 이 또한 소통의 한 방식으로 제안한 것입니다.
(비록 필문필답이지만.)
그리고 우리 직원들로 구성된 ‘커뮤니케이터’라는 조직은
매월, 사내 소통 활성화와 기업문화 진작을 주제로 사내 발제를 하고,
온라인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저도, 직접 참여한 것은 한두 번에 불과하지만
웹진 눈팅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직원과의 소통은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입니다.
핑계 같지만, 제가 금연을 못하는 아주 작은 이유 중의 하나도
담배 피우는 공간에서 직원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깊은 얘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하루 중 상당 시간을 할애해서 직원들과 메신저를 하고,
간담회라는 제법 거창한 이름을 걸고 직원들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할 말 못할 말 다하는 직원을 보며, ‘이 정도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얘기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왜 이리 소통이 화두가 되고,
이곳저곳에서 소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결론은 이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물론 제도적인 민주화라는 한계는 있지만)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솔직히 ‘대화’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토론은 말할 것도 없고요.
대화나 토론의 방법을 집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사회에서는 상명하복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 잘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방식을 통한 발전이 한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혁신주도형 경제로 나아가고 있고,
혁신을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하고,
조직에 창의력이 샘솟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이제는 우리를 뒤따르는 세대들이 그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피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알겠는데, 몸에 배어 있지는 않으니,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는 과정이지요.
아마도 구미 선진국처럼 ‘소통’이 몸에 익숙한 옷처럼 자리 잡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야겠지요.
다음에는 제가 생각하는 소통 잘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xenerdo의 운영정책에 의해 포스팅 주제와 맞지 않는 댓글과 트랙백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09/09/18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더 좋은 이벤트에서 좋은 결과있으시길 기대합니다.
글도 멋졌어요~~~~
제너 2009/09/21 0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